내게 커피가 필요한 순간이면 어떤 커피가 좋을지 고민하게 된다. 원두의 산미는 어느 정도가 좋을지, 차갑게 마실지 따뜻하게 마실지, 추출방식은 에스프레소/드립/콜드브루 중 어떤 게 좋을지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.
그리고 바리스타는 나의 결정에 따른 결과물을 내어줄 뿐이다.
한편 내게 꽃다발이 필요한 순간이면 어떤 꽃들로 채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. 그 한 묶음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온전히 아티스트의 몫이기 때문이다. 그리고 그 결과는 놀랍게도 최선의 선택이 된다.
플로리스트는 나를 대신하여 선택한 결과물을 내어주고 어김없이 최대의 만족을 선사한다.
나에겐 단순히 꽃이 필요했던 거고, 그래서 '꽃다발' 한 단위를 주문했을 뿐, 그 이상의 세부적인 것은 고민도, 선택할 필요도 없었다.
"꽃 주세요."라고 주문했을 때, 아티스트가 고안하고 제안한 9월 17일의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묶음이 장미/리시안셔스/코스모스/여뀌/쿠루쿠마/영춘화인 것은, 마치 "커피 주세요."라고 주문했을 때, 바리스타가 9월 17일의 나에게 산미 강하고 따뜻한 드립 커피 한 잔을 내어주는 것과 같다.
9월 17일에 나는 뜨거운 에티오피아 원두 드립 커피를 마시고 싶었고, 이날 난 존경과 사랑의 의미를 담아 서른 여덟번째 생일을 맞이한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었다.
두 아들의 엄마로서 그리고 나의 아내로서 항상 존경(장미)하고, 연애/취업/결혼/출산/육아의 긴 여정을 겪어왔으며 앞으로도 많은 여정을 겪는 동안 변치않는 사랑(리시안셔스,코스모스)으로 함께할 것을 다짐하며,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선 이날을 기억(여뀌)하고자 했다.
사랑합니다(쿠루쿠마, 영춘화) 이보은씨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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